비오는 날의 능소화
능소화의 계절.
그와 겹친 장마의 시작으로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지 못합니다.
대구 달성의 남평문씨 세거지 능소화가 유명하다는데...
경주, 경북 경산, 김해.. 등등
멀기도 하고
아산, 논산... 윤증 고택도 비가 억수로 퍼붓고...
어찌하나???
장마 속 가까운
우리 동네 '능소화 핀 곳'을 찾아서.
아쉬운대로.
한 손에 우산을...
또 한 손에 똑땍이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더 가까이...
꽃잎에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을 담아 봅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가장자리.
양반댁 울타리 안에만 심어졌다는 능소화.
이곳에 예전 양반이 살았거나,
아니면,
겁도 없는 어느 평민이
'나랏님을 짝사랑했지만 한번의 만남을 끝으로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떠났다.'
는 '소희' 라는 궁녀의 전설이 마음 아파 울타리 아래에 심었을까???
능소화는 꽃말이
여성, 명예 그리고 기쁨, 기다림, 그리움 등으로
전설과 관련이 깊은 듯 한데
중국이 원산이며,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고
공기 뿌리가 나와서 물체를 붙잡고 줄기는 덩굴처럼 자란답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의 주변 풍경을 살펴보면,
기와잡 담장과 울타리 같은 곳에
어울려 피어 있기에 더욱 더 운치가 있었구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보고 시인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요.
"능소화 연가"/ 이 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는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 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능소화의 전설 속 사랑과 종교적 주님 사랑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느낌이라면
외람될까요.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시입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집니다.
우산이 바람에 치여 훌러덩 벗겨지기도 하고...
그런데도
능소화 꽃잎 위로 흐르는 물방울이
그만 돌아 가려는 발걸음을
잡아 끌어 당깁니다.
능소화 줄기 덤불이 그리 넓지 않아서
그게 그거 같은 모습들이었지만
비바람 치는 날에도,
꽃잎이 흩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음은
강한 전설속 여인 '소희' 의
굳은 의지가 담겨 있음일런지?
덩어리채 툭 떨어진 꽃잎들이
동백꽃처럼
바닥에 또 하나의 능수화 꽃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참 강한 모습입니다.
비오는 날의 능소화.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던 시간.
혼자서
넉넉하게
독차지 했습니다.
멀리 대구 달성도, 충남 아산도 못가고
우리 동네 공원 길에서 발견한
작은 무리의 능소화 덩쿨이었지만
비가 오는 날이어서 더 오묘하고
신선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아직도
더 많은 꽃송이들을 피울 수 있는 망울들.
공원 둘레길.
짜구(자귀)나무 꽃
노랑꽃 금계국
풍접초
(다음 꽃 검색 99% 확률)
개망초 꽃판
흑백으로 본 능소화
돌아 오는 길,
빗방울이 더 굵어집니다.
또 다른 곳의
능소화 담장
능소화 정원, 물안개.
그냥,
이 정도에 만족하고
장맛비 오는 날.
가까운 우리 동네 능소화 구경을 정리합니다.
장마가 개이면
저 먼 곳으로의 여행도 준비해야지요.
'우리동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서원 - 필암서원, 무성서원 (0) | 2021.11.19 |
---|---|
옥구향교 배롱나무 (0) | 2021.08.09 |
은적사의 봄 (0) | 2021.04.23 |
비오는 날의 월명공원 /스마트폰세상 (0) | 2021.04.03 |
신축년이 밝아오른 시간속에서 (0) | 2021.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