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린 날의 산사(내장사)
금년 겨울의 눈이 적다 싶었는데
그 동안 내리지 않은 눈덩어리를 한꺼번에 퍼부을 요량인지
엄청나게 내리는 날입니다.
서울, 동해안쪽은 강풍으로 대신하고...
대중교통으로,
눈내린 다음 날
산사를 찾았습니다.
파출소 앞의 휴식 공간도
고요하고,
제설차가 비상대기하며,
숨 고르기를 하는 걸 보면
눈이 참 많이 내렸나 봅니다.
빨강 홍시감들이
까치밥처럼 주렁주렁 매달렸는데,
그 위에 덮힌 눈덩이가
감보다 더 커 보입니다.
국립공단 관리공단의 수고인지
눈 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사람 길'을
만들어 주어
고마운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걸었대요.
그런대
걷고 있는 사람들이 안보이고,
차들이 가끔씩 눈을 뿌려대며
달린
흔적들만 보입니다.
연약한 나뭇가지에 덮힌 하얀 눈들이
꼭 목화송이 매달려 있는듯.
지인이 카톡으로 전해온
김치경 시인의 "눈꽃 편지"를
옮겨보고 싶은 풍경'
"하얀 눈이 소리없이 그리움으로 내리네요.
정결한 순백의 꽃.
당신이 보낸 편지인가요
두 손 모아 받으면 눈꽃들이 사라질까봐
내 마음에 스미도록 가슴으로 받아보니
소리없는 눈꽃의 노래 향기로 가득하네요.(생략)"
햇살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변 풍경이 더 가슴 시리도록
푸르게 보입니다.
솜덩이
목화덩이
눈덩이
졸졸졸 소리에
가까이 가보니
냇물이, 여울물이....
추워진다고, 춥다고,
서래봉쪽 하늘.
파란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고...
아직도
그 푸른 빛을 잃지 않은 마뭇잎
대단해 보입니다.
저 순백의 눈밭에
어릴적 사진을 찍어 보고 싶기도 했지만
함부로 건드리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그냥 지납니다.
일년내 그 멋스럽움을 자랑해온
우화정.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전망대로 오르내리던
케이블카도 숨고르기 시간.
모두들
순백과 검정빛으로
일년을 마무리하고
새봄을 위한 동면의 시간대로
들어선 산사로 가는 길목이
고요합니다.
절 마당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 눈내린 산사를 찾아 온
중생들의 발걸음이
모두들
"고요" 라는 참선의 세계를 알고 온 것 같네요.
연못을 관장하시는 부처님은 꽁꽁 얼어 계시는 것 같았는데
건너편
"정혜루" 에서는 띠끈한 차와 군고구마를 보시하고 있었습니다.
기웃하며
들어가서
정성스런 "황차"와 "군고구마"를
먹고,
마시며,
정성에 감사드리고,
그 안에 전시된
민화를 감상합니다.
실내 촬영을
허락받았습니다.
청춘 남녀들의
탐방 모습을 바라보며서
다시 인간세계로...
하얀 눈 포근해도,
겨울바람 속에서 가슴이 아리고,
하얀 눈 아름다워도,
허전함 달랠 길 없으니,
따스한 삶이란
님의 사랑이 최고가 아닐런지요.
돌아오는 길
이 지방의 대설 경보에
귀가 시간이
배로 늘어났으니
많이 미끄러운 버스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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