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수유와 구례 산동
0313 좋은 숫자입니다. 금요일.
한가한 마음으로 길상암 스님께서 물이 잘 흐르는 골짜기가 있다는 안내를 받고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을 쉬엄쉬엄 기웃 거렸습니다.
전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리다싶은 환경이어서
방콕? 위주로 지내다 보니
답답하기 짝이 없고, 또한 봄 풍경이 궁금해서...
산수유 마을은 한가했고,
그 많던 홍보용 프랑카드도 한 두장 뿐.
그것도 코로나 예방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자연은 금년에도 이렇게 봄을 알리는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데...
이렇게 비상시국에도
꽃들은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나는 게 순리인가 봅니다.
마을 입구부터 한껏 물이 오른 산수유들이 제 멋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온통 동그란 바우덩어리 산밭 가운데
척박한 땅.
그 땅에 자란 산수유는
그 나무 한그루가 아들 딸 대학 까지 가르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나무들이었다니 놀랍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우리 나라의 손꼽히는 사진작가 김홍희씨가
"상무주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 사진과 글을 흑백으로 꾸며 놓은 걸 보고,
또한 요즘 복고풍으로 흑백 사진들이 많이 등장하길래 ...
덩덜아서 울퉁불퉁한 바우덩어리를 흑백으로 담아 보았는데...
산수유가 하얗게 보이네요.
봄철, 매화와 함께 누가 먼저 봄을 차지할 것인가 다투듯이
피어 오르는 산수유 꽃.
그 열매의 인기곡선이 요즘은 내려가는듯 하다니 조금 안타깝습니다만
노오란 색조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일손이 모지란다고,
작년의 산수유 열매가 그냥 매달린 곳도 많답니다.
차를 타고 산수유 마을의 전망대쪽으로 오르는데
전원주택 한 채.
길옆의 작은 정원에 '홍매'가 아름다워서
차를 세우고 기웃거렸는데
잘 손질된 마당과 건물의 위치가 '보물'스러웠습니다.
소나무 줄기의 휘어 짐.
홍매 한 그루.
낮은 항아리 울타리....
본시 이 집터는 산 중턱의 논이었는데 위치가 좋아서 구입한 뒤,
도로가 생겼다고...
집 아래에도 논 자리가 있대요.
귀촌하여 조금씩 손질을 하며 가꾸고 있답니다.
연통을 굵은 밧줄로 감아서 꾸밈이 재미있어 보였고...
매화 나무 전지의 담대함도 작품스러워 보입니다.
매화나무 줄기의 뭉툭한 모습으로 보아 수십년 ???
그 이상의 세월이 느껴지지요?
엄청 굵은 매화나무의 줄기 - 매화 향이 더 짙을 것만 같아요.
집안으로 들어 가는 문간 입구 조경
옛 생각이 절로 나는 장독간.
이 집 주부의 음식 솜씨가
전통 장맛에서 물씬 풍겨 나올 듯.
안으로 들어 갈 수록 더 정갈스럽게 손질된 마당이 나오고...
밖에서 볼 때보다 마당은 더 넓었고,
주변 보다 높은 위치로 '돋보이는 집'이어서
동행하신 스님도 감탄을 여러 번 하시대요.
옛 산골의 고향 마당 생각이 많이 난답니다.
늘 비슷한 거리나 카페는 지나치게 일상적입니다.
주말에는 야외로 떠나 봅니다.
기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고
야외 조각 공원이나 미술관을 찾아가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우리들의 일상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일입니다.
봄꽃들, 산수유, 매화, 이름모를 들꽃들이면 어떻겠어요?
모두다 상큼하고 귀여운 것들인 것을...
자연속으로 나와 보길 잘했습니다.
참 아름다운 봄 꽃들입니다.
좋은 집 마당가를 서성거리다가
다시 뒤 돌아 보며
다음 코스로 ....
\
스님이 지정한 뷰 포인트.
광주의 유명한 사진학 교수님이 꼭 들리신다는 작품 장소.
냇물이 흐르는 작은 골짜기.
공간은 좁아도 흐르는 물이 맑았고
시냇가에 자리잡은
산수유와 버들강아지가 운치를 더해줍니다.
"꽃이 피고 새 잎 나는 날
우리들 마음아 너도 거기서
꽃 피우고 새 잎 내면서
놀고 있거라....
맘 편하게."
그런 풍경입니다.
길 옆.
내 두 팔, 한 아름도 더 되는 산수유 나무 한 그루.
수백년은 되어 보이는 고목 산수유.
참 오래 된 나무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며
냇가의 물소리, 휘어진 산수유 가지에
더 많은 시선을 주고 가는게 안타까웠네요.
둥글 둥글 오래된 돌덩어리들.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오래된 고목진 산수유 한 그루.
정겹지 않나요?
물이 흐르는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사진작가들 차림의 카메라 든 많은 사람들이 걸어 들어가는 길.
산수유에 둘러 싸인 냇가
"지금은 좋은 때. 가만가만히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 오는 바로 그런 때
산들바람처럼 연기처럼
조, 용, 조 ,용 , 천, 천, 히"
(나태주 시 - 지금은 좋은 때)
이 시에 말을 조금 바꾸어서
사랑하는 사람 대신 "산수유가 찾아 오는 때" 로 바꾸면 새로운 맛이 날 듯.
- 지금은 산수유가 찾아 오는 때, 바로 그런 때,
산들바람처럼 봄바람이 오는 바로 그런 때.
조용 조용히,
천천히, 우리 곁에
바로 그런 봄. -
바로 그런 때의 산수유 마을 구례 산동.
노오란 꽃 잎이 더 노랗게 보이는 날,
노오란 시간.
스님의 오늘 이 시간 화두는 "봄 - 산수유"
"스님~~~!!! 산수유 아파요. 놓아 주세유. 마음을 비우세유~~~!!!"
'지는 마음껏 보고 마음에 듬뿍 담아도 괜찮구먼유',
'속세 사람잉께유~~~!!!'
"하얗게 바라보아도 괜찮네유."
"이쁘구먼유."
"산수유를 손에서 놓아 주고 바라보는 느낌은 다릉가유?"
"맴이 조금 편해지신 것 같지유???"
"지도 다른 눈으로 바라보닝께 조금 달라 보이네유~~~!!!"
"아무리 이뻐도 내 소유가 아닌 그저 바라보고 만족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닝께유."
다른 사람들도 마음껏 봐야지요.
눈이 짓무르더라도."
"하여간 이쁘네유."
냇가 평평 돌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여유를 부리는 젊은이들이 더 편해 보입니다.
냇가의 중간 쯤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 눈에는
나도 산수유 속에 파묻힌 한무리의 꽃일러라.
아직도 생생한 모습을 보여 주는 버들개지 - 버들강아지.
눈속에 파묻혀 있을 때 더 아름답다 했는데
지금도 그 모습 괜찮아 보이네요.
내년에는 눈 쌓인 냇가의 버들강아지를 담아 보자는 스님의 말씀.
내 맘속에 들어갔다가 나오셨네요.
그런데 그때도 안추울랑가 몰러~~~!!! ㅎㅎㅎ
몽환적 분위기의 산수유 가지들
언덕너머의 유원지 관광 구조물 보다도
이쪽의 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물과 그 곁의 산수유 꽃들
바위들.
이런 모습들이
더 산동 산수유 마을 같은 내음이 가득하다고 느끼는 오늘입니다.
아이쿠나 !!!
발아래 냇가에만 관심 두다보니 이제야 보이는 것.
마른 나뭇 가지가
공룡의 머리가 하늘을 향해서....
힘차게...
심봤다 , "공룡봤다.!" 입니다.
처음 시작은 스님과의 동행이었는데,
되돌아 나올 떄는
산동 성당에 모셔진 "성모 마리아님" 과의 작별 인사로
산수유 마을을 떠납니다.
"감사합니다. 보살펴 주심에..."
아침에 나설 때와 여행과 꽃구경을 마치고 집에 들어 갈 때,
사람이, 나 자신이 달라졌을까요?
마음이 풍요로워졌을까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봄과 산수유와 파란 하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모습의 축복받은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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