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산 무량사의 가을
하늘이 너무 높고 파래서 그냥 집콕하기에 아까운 날, 토욜.
전부터 '가깝고도, 가 볼만한 곳'이라는 산사 무량사가 생각나서
점심후 아들과 함께 찾아 나섰지요.
서천 근방인줄 알았는데 부여와 보령... 저 끝이었어요.
가을의 해는 일찍 기울기에 조금 늦은듯 싶었지만...
하늘이 참 맑아서...
마음이 그 쪽으로 쏠렸어요.
높고 파란 하늘만큼
넓다란 주차장이 마음에 들었고...
저 앞산 정상에서 조금씩
가을 맛 - 단풍의 소식을 알려 주고 있대요.
한 일주일쯤 뒤에는
예년과 같이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을 하던데,
조금 일찍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일주문을 보니
꽤 오래된 절이란 느낌이
확 들었구요.
ㅎㅎㅎ
그늘막 쉼터도
일주문 형식의 '기둥 하나'에
지붕을 올려 놓았음이 재미있습니다.
무량사의 하늘에
'파란 호수'를 옮겨 놓은듯
엄청 파랗습니다.
동요, '초록빛 바다' 처럼
두 손을 담그면
'파란 물이 들 것 같은' 그런
깊은 맛이 나는 '파랑' 이었습니다.
이곳은 가을이 저 산위에서 부터 내려 오는 중.
가을 맛이 납니다.
금년 단풍은 북쪽에서 내려 오다가
갑작스런 추위때문에 움추러 들었다고 하는데...
곧 풀리겠지요.
원래 모든 것은 '정상'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 순리니까요.
오래 전부터
무량사의 '가을이 아름답다' 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아직 단풍이 절마당까지는 덜 내려 왔지만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모두들 감탄을 지을 그 빛나는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극락전과 오층석탑
우화궁 - 보통 절에는 '우화루' 라 하는데.
경내가 깨끗하고, 넓고, 아담하고...
아담한 탑안의 부처와
영산전 안의 부처가 마주 보고 기도하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조선 초기 세조가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할 때,
반대하다가 돌아가신 사육신
그리고 살아서도 찬탈을 반대한 생육신.
생육신 중의 한 분이신 '김시습'
그분이 이곳에서 '스님'으로 정진하셨다는 것을.
정면 사진을 피하려고 구도를 달리 하였습니다만.
하늘이 맑고 파란 것도
낮은 산지와 엊그제 본 속리산 높은 산들과
서로 다름이 비교되어서
올려 보았습니다.
속리산 고속도로 휴게소 하늘 (금욜)
석양의 빛과 문수사 절마당의 단풍
청명하다는 표현 그대로에
'고요함'까지 함께 합니다.
'가을 앓이' 라는 가곡이 저절로 생각나대요.
"가을이 깊어 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하늘은 높이도 비어 있고
바람은 냉기에 떨고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 주시게
오늘도 그대가 놓고간
가을과 함께 있네... (생략)"
소프라노 김희정의 고음이 저 파란 하늘로 멀리 멀리 퍼져갑니다.
하늘이 너무 파랗다...!!!
범종각에서 울릴 종소리가 천리밖까지 울려 퍼져 나갈 것 같은 날.
낡은 담장의 허물어 짐도 범종의 묵직한 울림때문이었을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해보고... ㅋㅋㅋ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절 마당을 거닐며
사색에 젖어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차분해질 수 밖에...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 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 입고서 ...'
당간주의 크기
세월을 증거하는 느티나무
무량사 담장 밖으로 돌아드니...
억새 꽃 핀 등성이
이슬길 풀섶길 돌고 돌아
후미진곳에
하얀 꽃송이 피우려 여기까지 왔나 보다...
구절초, 구절초.
큰 산자락 아래 작은 암자 ㅡ 태조암.
가끔씩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기웃거립니다.
아주 조용한 암자였어요.
무량사를 품고 있는 만수산 자락을 거닐며 느낀
또 하나는
산에서 흘러 내리는 계곡 물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길 흐름이 잘 되도록 배수 시설이 훌륭했어요.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절마당 이웃의 넓은 공간
석양 빛 내림, 억새, 풀밭의 어울림.
저 방울들에서 울릴 청아한 소리가
부처의 말씀처럼 가슴속까지 울릴래라.
되돌아 나가기가 서운해서
다시 뒤돌아 본 무량사를 품고 있는
만수산의 단풍들.
돌아 오는 길,
잠깐 들려 차 한 잔.
장항 송림의 앞 바다 - 서해의 저녘 빛
해너미 빛을 받고 있는 방조, 방풍림 - 소나무
해너미를 바라보는
저 여인의 마음은
무슨 생각으로 가득할까요?
군산 - 장항 사이의 동백대교를 지나며 내다 본 차창밖의 풍경
산중의 석양빛은 이랬었는데...
(금욜 - 진안 마이산 휴게소 근처)
가을이 깊어 갑니다.
노랫말처럼
'바람에 드러 눕던 갈대나 억새처럼 마음이 흔들리십니까?
하늘은 여전히 비어있고,
바람도 여전히 떨고 있는데...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을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 주세요.!!!'
모두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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